중학교 3학년 2학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아이들 앞에 삼각비가 나타납니다.
학원에서, 과외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배웁니다.
“자, 외워. 빗변분의 높이가 사인, 빗변분의 밑변이 코사인, 밑변분의 높이가 탄젠트. 그리고 이 표, 통째로 외워 와.”
그리고 아이들은 묻습니다.
“근데… 왜요?”
돌아오는 대답은 늘 똑같습니다.
“그냥 그런 거야. 외워.”
저는 이렇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삼각비는 외우는 게 아닙니다
수학에 암기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수학에도 암기는 필요합니다.
다만 순서가 틀렸습니다.
먼저 ‘왜 그런지’를 이해시키고, 그다음에 ‘외우는 방법’까지 알려줘야 합니다.
무작정 외운 건 시험장에서 무너집니다. 이해하고 외운 건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늘 삼각비로 그걸 보여드리겠습니다.
1단계. 직각삼각형을 머릿속에 세우세요
먼저 그림 하나를 머릿속에 고정합니다.
직각삼각형의 직각을 바닥에 딱 붙이세요. 그리고 그 직각 옆에 있는 각을 기준각이라고 부릅시다.
그러면 변 세 개의 이름이 자동으로 정해집니다.
| 변 | 위치 |
|---|---|
| 밑변 | 맨 아래 가로로 누운 변 |
| 높이 | 수직으로 위로 뻗은 변 |
| 빗변 |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변 (가장 긴 변) |
밑변 · 높이 · 빗변. 딱 셋입니다.
2단계. 삼각비는 “두 변의 비율”입니다
삼각비(三角比) — 이름 그대로 삼각형의 비율입니다. 정확히는 직각삼각형의 두 변의 비율이죠.
자, 여기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변이 3개인데, 그중 2개를 고르는 방법이 몇 가지일까?”
세어 봅시다.
- 밑변과 높이
- 밑변과 빗변
- 높이와 빗변
끝입니다. 딱 3가지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삼각비도 딱 3개인 겁니다. sin, cos, tan — 3개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외울 게 아니라, 세어보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여기서 눈이 커집니다.
3단계. 그런데 왜 하필 ‘그 이름’인가
이제 진짜 질문입니다. 왜 빗변분의 높이가 사인일까요?
원칙 ①: 분모에는 가장 큰 변(빗변)을 놓는다
분수를 다룰 때 분모가 클수록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세 변 중 가장 긴 빗변을 분모로 깔아둡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두 개가 만들어집니다.
- 빗변분의 높이
- 빗변분의 밑변
원칙 ②: 위에 있는 것부터 이름 붙인다
삼각형을 눈으로 보세요. 높이가 위에 있고, 밑변이 아래에 있죠?
그러니 위에 있는 것부터 순서대로 이름을 줍니다.
| 순서 | 비율 | 이름 |
|---|---|---|
| 1번 | 빗변분의 높이 (위에 있는 것) | 사인 (sin) |
| 2번 | 빗변분의 밑변 (아래 있는 것) | 코사인 (cos) |
원칙 ③: 남은 하나는 눈에 보이는 대로
이제 남은 조합은 높이와 밑변 하나뿐입니다.
눈으로 보면 높이가 위, 밑변이 아래에 있죠. 그러면 그냥 보이는 대로 놓습니다.
위에 있는 높이 → 분자 아래 있는 밑변 → 분모
| 3번 | 밑변분의 높이 | 탄젠트 (tan) |
|---|
🎯 정리하면
| 삼각비 | 식 | 왜? |
|---|---|---|
| sin | 높이 / 빗변 | 빗변(최대)이 분모 + 위에 있는 높이부터 |
| cos | 밑변 / 빗변 | 빗변(최대)이 분모 + 그다음 밑변 |
| tan | 높이 / 밑변 | 남은 조합. 보이는 대로 위/아래 |
외운 게 하나도 없습니다. 세어보고, 규칙대로 놓았을 뿐입니다.
이게 삼각비의 정체입니다.
4단계. 이제 그 악명 높은 ‘특수각 표’
여기서 아이들이 진짜로 무너집니다.
학원 선생님: “0°, 30°, 45°, 60°, 90°의 sin·cos·tan 값, 표 통째로 외워 와.”
15개 숫자를 통째로 외우라니. 당연히 못 외웁니다. 그런데 이건 외울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먼저, 각도 5개부터
왜 하필 0, 30, 45, 60, 90일까요?
90°를 2등분하면 → 45° → 그래서 0, 45, 90 90°를 3등분하면 → 30°, 60° → 그래서 0, 30, 60, 90
합치면? 0, 30, 45, 60, 90. 직각(90°)을 반으로 자르고, 셋으로 자른 것뿐입니다.
sin: 분모는 무조건 2, 분자는 √0부터 순서대로
여기가 핵심입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sin의 분모는 전부 2로 고정. 분자는 √0, √1, √2, √3, √4 — 그냥 순서대로!
| 각도 | 0° | 30° | 45° | 60° | 90° |
|---|---|---|---|---|---|
| sin | √0/2 | √1/2 | √2/2 | √3/2 | √4/2 |
| = 값 | 0 | 1/2 | √2/2 | √3/2 | 1 |
0, 1, 2, 3, 4. 그냥 숫자 세기입니다.
cos: sin을 거꾸로 뒤집으면 끝
cos은 sin의 분자를 그대로 뒤집습니다. √4, √3, √2, √1, √0
| 각도 | 0° | 30° | 45° | 60° | 90° |
|---|---|---|---|---|---|
| cos | √4/2 | √3/2 | √2/2 | √1/2 | √0/2 |
| = 값 | 1 | √3/2 | √2/2 | 1/2 | 0 |
sin을 왼쪽부터 썼다면, cos은 오른쪽부터. 그게 전부입니다.
tan: 바로 위 두 줄을 분수로 읽으면 끝
표를 보세요. tan 바로 위에 cos이 있고, 그 위에 sin이 있습니다.
tan = sin ÷ cos 즉 cos분의 sin. 위 두 줄을 그냥 분수로 읽으면 됩니다.
분모의 2는 약분되어 사라지니, 루트 안의 숫자만 읽으면 됩니다.
| 각도 | 계산 | 값 |
|---|---|---|
| 0° | √0 / √4 | 0 |
| 30° | √1 / √3 | 1/√3 (= √3/3) |
| 45° | √2 / √2 | 1 |
| 60° | √3 / √1 | √3 |
| 90° | √4 / √0 | 정의되지 않음 (×) |
90°에서 분모가 0이 되죠? 0으로 나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tan 90°는 없습니다(×).
이것도 외우는 게 아니라, 분모가 0이니까 안 된다는 걸 아이가 스스로 말하게 하면 됩니다.
📋 완성된 표 (외운 것 = 0개)
| 0° | 30° | 45° | 60° | 90° | |
|---|---|---|---|---|---|
| sin | 0 | 1/2 | √2/2 | √3/2 | 1 |
| cos | 1 | √3/2 | √2/2 | 1/2 | 0 |
| tan | 0 | 1/√3 | 1 | √3 | × |
이 표를 통째로 외운 학생과, 5초 만에 복원해내는 학생. 한 달 뒤에 누가 살아남을까요?
시험장에서 기억이 흐려져도, 복원하는 아이는 0,1,2,3,4만 떠올리면 표 전체를 다시 만들어냅니다.
💡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
삼각비 이야기를 길게 했지만, 사실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수학에 암기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닙니다. 암기는 필요합니다. 다만 순서가 있습니다.
- 왜 그런지 이해시킨다 (sin이 왜 그 이름인지)
- 그다음 외우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0,1,2,3,4)
- 그러면 외운 게 무너지지 않는다
많은 학원이 1번을 건너뛰고 2번마저 안 알려준 채, “그냥 외워”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못 외우면 “넌 수학 머리가 없어”라고 합니다.
아닙니다. 아이에게 방법을 안 알려준 것뿐입니다.
공부코치가 생각하는 올바른 코칭
먼저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게 제 코칭의 첫 번째 원칙입니다.
문제를 100개 더 풀리는 것보다, 한 개념을 스스로 복원해내는 힘을 길러주는 게 먼저입니다.
그 힘이 생기면, 아이는 혼자서도 갑니다. 그게 진짜 실력입니다.
중3 2학기, 삼각비는 시작일 뿐입니다. 고등학교에 가면 삼각함수가 기다립니다.
지금 “그냥 외운” 아이는 고등학교에서 무너집니다. 지금 “왜 그런지 아는” 아이는 그때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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