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통계는 아닙니다. 다만 이 일을 15년 넘게 해오다 보면, 숫자로 설명하기 전에 ‘촉’으로 먼저 느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려고 합니다.


1. 요즘, 아이들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저는 공부 상담 요청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시범 수업이나 대면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요즘 부쩍 강하게 드는 느낌이 하나 있습니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수준’이, 예전보다 더 낮아지고 있다는 것.

물론 저를 찾는 아이들은 대부분 학습에 어려움이 있어서 도움을 구하러 오는 경우입니다.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예전에 만나던 ‘어려워하던 아이’들보다 지금 아이들이 더 힘들어한다는 체감이 분명합니다.

한자리에 앉아 있질 못합니다. 글이 조금만 길어져도 눈이 튕겨 나갑니다. 조금만 생각해야 하는 문제가 나오면,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합니다.


2. 원인이 뭘까 — 저는 ‘영상 자극’을 의심합니다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강하게 의심되는 것이 있습니다.

쇼츠, 유튜브, 모바일 게임 — 짧고 강한 영상 자극.

몇 초 만에 강한 자극을 주고, 손가락만 튕기면 다음 자극이 쏟아지는 매체. 이런 자극에 뇌가 길들여지면, ‘느리고 지루한 것’을 견디는 힘이 무너집니다.

그런데 공부는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공부는 느리고, 지루하고, 즉각적인 보상이 없는 일입니다.

짧은 자극에 절여진 뇌에게 공부는 고문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책상 앞에서 5분을 못 버팁니다.


3. 오늘 한 학부모님께 드린 메시지

마침 오늘, 한 학부모님께 이런 메시지를 드렸습니다. (이름을 포함한 모든 개인정보는 가명 처리했음을 미리 밝힙니다.)

지훈이(가명)는 공부 머리가 없는 아이가 아닙니다. 다만 지금 지훈이의 가장 큰 과제는 집중력입니다. 쇼츠나 모바일 게임 같은 짧고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다 보니, 한자리에 앉아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 15분을 넘기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기본 개념을 바로 대입하는 문제는 잘 풉니다. 그런데 지문이 다섯 줄 이상 길어져 식으로 바꿔야 하거나, 여러 조건을 조합해 풀어야 하는 ‘추론형 문제’ 앞에서는 쉽게 멘탈이 흔들립니다.”

“생각을 요구하는 문제를 내주고 ‘차분히 풀어보자’고 하면, 지훈이는 자주 투덜투덜 소심한 반항을 합니다. ‘에이, 이런 문제가 진짜 나와요?’ ‘솔직히… 이건 사람이 풀라고 낸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어려운 문제가 나올 때마다 거의 매번 이런 반응이지만, 저 역시 물러서지 않습니다.”


4. 그런데 저는 확신했습니다

아이가 “못 하겠어요”라며 포기하려 할 때, 저는 직접 힌트를 주지 않습니다.

그저 옆에서 *“한 줄 한 줄 차분히 읽어봐. 읽은 걸 적어보고, 더 생각해봐”*라며 멘탈만 붙잡아 줍니다.

그러면 10분, 20분, 길게는 30분이 걸리더라도, 지훈이는 결국 스스로 답을 찾아냅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지훈이에게 이미 추론할 능력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끝까지 생각하는 힘이 아직 다져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번 그 투덜거림을 받아주면서도, 손을 놓지 않고 옆에서 붙잡아 왔습니다.


5. 하지만 — 이건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는 희망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학부모님께 솔직하게 한 가지 더 말씀드려야 했습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끝까지 생각하는 힘이 다져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이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핸드폰 문제를 반드시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렇게까지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아이 손에 있는 한, 이 문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수업 시간에 제가 아무리 집중력을 붙잡아 줘도, 집에 돌아가 다시 몇 시간씩 쇼츠와 게임에 노출되면 — 원점입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겪입니다. 제가 수업에서 한 시간 동안 쌓아 올린 집중의 근육을, 저녁의 짧은 영상 몇 시간이 다시 무너뜨립니다.


6. 공부코치인 저조차, 쉽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매체를 끊어라, 스마트폰을 정리해라.” 말은 쉽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걸 쉽게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공부를 업으로 삼은 저조차도, 이 자극을 끊어내는 일이 정말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른인 저도 어렵습니다. 하물며 자극에 훨씬 취약한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학부모님께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이 문제는 아이 혼자, 그리고 저 혼자 풀 수 없습니다. 부모님께서 함께 고민해 주셔야 합니다.

  • 온 가족이 함께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시간을 정하는 것
  • 공부 시간만이라도 물리적으로 폰을 분리하는 것
  • 짧은 영상 대신, 긴 호흡의 콘텐츠(책·긴 글)에 노출시키는 것

무엇이든 좋습니다. 완벽할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시작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7. 그럼에도, 저는 아이를 믿습니다

오해는 마세요. 이 글은 “요즘 아이들은 안 된다”는 한탄이 아닙니다.

지훈이가 30분을 붙들어 스스로 답을 찾아냈듯, 아이들 안에는 여전히 그 능력이 살아 있습니다.

다만 그 능력이 발휘되려면, 그 힘을 갉아먹는 자극부터 걷어내야 합니다.

집중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훈련되는 근육입니다. 그리고 그 근육을 기르는 첫걸음은, 화려한 학습법이 아니라 손안의 스마트폰을 정리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떨어진 점수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쓴 약은 반드시 실력이 되어 돌아옵니다. 다만, 그 약이 몸에 흡수되려면 — 먼저 자극을 끊어야 합니다.

제가 옆에서 잘 이끌겠습니다. 부모님께서도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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