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1 학업중단자가 1만 450명을 기록했습니다. 고1에서 1만 명을 넘은 것은 처음입니다. 5년 전인 2020년에는 5,015명이었으니 딱 두 배가 되었습니다.

검정고시 출신 수능 응시자도 함께 늘었습니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 2만 2,355명, 31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숫자만 보면 남의 집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는 이미 가까이 와 있습니다.

교실 밖에서 만나는 학생들

제가 지금 가르치는 학생 중에도 고1 때 학교를 나온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학생들은 등교 대신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저를 만납니다. 하루에 두 번입니다.

왜 두 번일까요. 하루치 공부를 한 번에 맡겨 두면 그대로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오전에 무엇을 할지 정하고, 오후에 무엇을 했는지 확인합니다. 학교가 해 주던 일 — 시간표를 주고, 진도를 밀고, 확인하고, 다시 시키는 일 — 을 누군가는 대신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이미 마음은 나가 있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고1 정시파이터, 고2 정시파이터라고 부릅니다. 출석은 하지만 학교 수업과 상관없이 자기 정시 계획을 돌립니다. 이 층은 자퇴생보다 훨씬 두껍고, 계속 늘고 있습니다.

자퇴는 이 흐름의 끝에 있는 한 지점일 뿐입니다.

왜 지금 늘어날까요

방아쇠는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입니다.

1학년 1학기 성적이 한 번 밀리면, 학생은 만회 구간이 사라졌다고 느낍니다. 예전에는 2학년, 3학년에 걸쳐 조금씩 끌어올리는 그림이 그려졌는데 지금은 그 그림이 잘 안 보입니다. 그래서 계산이 이렇게 바뀝니다.

학교 내신에 시간을 쏟아도 등급이 안 오른다. 그 시간에 수능만 파는 게 낫다.

논리 자체는 틀리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자퇴가 실제로 바꾸는 것

자퇴하면 공부가 쉬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바뀌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학습을 관리하는 주체가 학교에서 학생 본인으로 넘어갑니다.

학교에 있을 때 학생은 이런 것들을 공짜로 받고 있었습니다.

학교가 해 주던 일자퇴 후 누가 하나
정해진 시간에 앉히기학생 본인
오늘 할 진도 정하기학생 본인
진도가 밀렸는지 확인하기학생 본인
시험으로 점검하기학생 본인
다시 시키기학생 본인

여기서 한 가지를 짚어야 합니다.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의 상당수는 바로 이 능력이 부족해서 내신이 밀린 상태입니다. 학교가 관리해 주는데도 밀렸다면, 관리가 사라진 환경은 더 어렵습니다.

앞서 말한 학생들을 제가 하루 두 번 만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자퇴가 성공하는 경우는 관리가 없어진 경우가 아니라, 관리 주체를 학교 밖 누군가로 옮겨 놓은 경우입니다.

결정 전에 알아 둘 세 가지

첫째, 학교도 이유를 모릅니다. 고교 자퇴 사유의 약 70%가 ‘기타’로 집계됩니다. 통계로는 왜 나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학생 본인이 “수능 때문”이라고 말해도, 실제로는 학교생활의 다른 이유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정 전에 이유를 한 줄로 써 보게 하면 이 부분이 드러납니다.

둘째, 전제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정시에 올인하려고 나왔는데, 목표 대학이 정시 인원을 줄이고 학생부 반영을 늘리는 경우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2년 뒤 입시 구조를 지금 확정해 두고 결정하는 셈이라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셋째, 첫해가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자퇴 후 2년을 잡고 시작하면 첫해 목표가 “개념 끝내기, 기출 끝내기”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건 수능을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수능 대비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많다고 느끼는 첫해가 가장 위험합니다.

그래서, 자퇴 모의 2주

찬반으로 결론을 내리기 전에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방과 후 시간만으로 자퇴 이후를 2주 동안 흉내 내 보는 것입니다.

규칙은 네 가지입니다.

  1. 시간표를 전날 밤에 학생이 직접 씁니다. 과목, 분량, 시작 시각까지 적습니다. 부모가 대신 짜 주면 실험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2. 정해진 시각에 시작합니다. 10분 이상 늦게 시작하면 그 칸은 실패로 칩니다.
  3. 그날 채점하고 오답을 표시합니다. 미루면 실패로 칩니다.
  4. 주 1회, 계획 대비 완수율을 셉니다. 칸 수로 세면 됩니다.

2주면 충분합니다. 이 실험에서 나오는 숫자 하나가 자퇴 논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숫자를 읽는 법

2주 완수율읽는 법
80% 이상관리 주체를 옮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자퇴도 선택지가 됩니다.
50 ~ 80%가능성은 있지만 혼자는 어렵습니다. 관리해 줄 사람을 먼저 정하세요.
50% 미만성적이 밀린 원인은 학교가 아닙니다. 환경을 바꿔도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완수율이 낮게 나와도 실패가 아닙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알게 된 것이 실패를 막아 줍니다.

부모가 이 2주를 함께 볼 때는 시간을 확인하는 대신 무엇을 혼자 할 수 있게 되었는지 묻는 편이 좋습니다. 방법은 “공부했어” 대신 “무엇을 혼자 할 수 있어” — 부모와 학생의 10분 학습 점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계획을 세우고도 자꾸 중간에 멈춘다면 3분의 1만 푼 문제집이 몇 권인가요를 먼저 읽어 보세요. 완수율이 낮은 이유가 의지가 아니라 계획의 크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자퇴는 문이 아니라 도구입니다. 도구는 쓸 줄 아는 사람에게만 도구입니다.

학교를 나갈지 말지보다 먼저 정할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 학생의 하루를 누가 관리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이 나오면 자퇴 여부는 그다음에 저절로 정리됩니다.

지금 고민 중이라면 2주만 먼저 해 보시길 권합니다. 결정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미 결정을 내렸다면, 자퇴 시점에 따라 검정고시와 수능 일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고1에 자퇴하면 언제 수능을 볼 수 있을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참고 자료

  • 2025년 고1 학업중단자 1만 450명 · 일반고 학업중단자 1만 8,661명 — 경향신문
  • 고교 자퇴 사유 약 70%가 ‘기타’ 집계 — 뉴스핌
  • 자퇴 후 정시 준비의 실제 사례와 위험 — 국민일보
  • 검정고시 출신 수능 응시자 증가와 공교육 — 매일신문